성곽마을 동네블록 – 새로운 삶의 풍경을 짓다

임재용(심사위원장, (주)건축사사무소 OCA 대표)

2014년 베를린에서 열린 전시회 ‘Seoul: Towards a Meta-City’는 성장과 팽창에 몰두하는 Mega-city 서울이 아니라 재생과 변화, 연대와 공존을 모색하는 Meta-city 서울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전시였다. 이 전시를 총괄 기획하면서, Meta-city 서울의 면모를 드러낼 만한 프로젝트들을 선정해 소개했다. Meta-city 서울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흔적들을 살리면서도 현재의 삶의 형식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 또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장치로서의 서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서울 한양도성의 과학적 보존과 창의적 개입을 목표로 하는 ‘서울 한양도성 프로젝트’와 물리적 환경 재생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재생에도 비중을 두고 있는 거주민들을 위한 주택 재개발 정책인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올해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6의 주제인 ‘성곽마을 동네블록 – 새로운 삶의 풍경을 짓다’도 그러한 움직임의 연장선 위에 있다. 올해 공모전의 대상지인 행촌마을은 서울 한양도성의 역사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와 개발의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 최근 다른 성곽마을의 대규모 개발의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한양도성에 연접한 성곽마을 중 개발의 광풍으로부터 비껴가 옛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는 행촌마을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올해 공모전의 주제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성곽마을 동네블록 - 새로운 삶의 풍경을 짓다’. 먼저 서울 한양도성과 행촌마을의 역사적•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서울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염두에 둔다면 유네스코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또 행촌마을의 역사적 배경, 물리적 환경은 물론,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에 집중하여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행촌마을에는 대부분 1980년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지어진 다세대 및 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있어 조선시대에 형성되었던 원래의 주거와 마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기존 지형과 대지의 형상 및 도로가 그 당시의 흔적으로 남아 있어 우리에게 해법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고 건물의 높이도 4층 이하라 골목길의 정취가 비교적 잘 남아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형과 주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골목길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골목길의 풍경이 지속가능하려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만약 우리가 기반시설 확보에만 집중한다면 기존의 난개발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골목길의 풍경에만 집중한다면 주민들의 삶을 담보로 하는 낭만주의에 머무를 위험성이 있다. 어떻게 하면 상충하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 새로운 삶의 풍경을 만들 수 있을까?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6에서 ‘동네블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서 그 해법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서울 한양도성과 성곽마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와 풍경은 보존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지켜나갈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행촌동은 그 도시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도로에 의해서 분리된 주거블록의 모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하나의 주거블록은 15개에서 20개의 대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행촌마을의 성공적인 재생은 기존의 지형과 도시 조직을 유지하면서 주거블록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주차장, 상하수도, 쓰레기 분리수거장 등의 기반시설과 커뮤니티 시설이 갖추어 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현재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공동체를 세밀히 관찰하고 재조명하여 새로운 삶의 풍경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도시 재생의 기본 단위가 되는 주거블록을 이번 공모전에서는 ‘동네블록’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러한 ‘동네블록’이 지형과 주변 환경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화되고 확산되어 나갈 때 행촌마을은 역사와 문화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풍경을 지닌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것이다.

운영위원장: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운영위원장: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AA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수학하고 이후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정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서울특별시 문화재 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2005), 울산 현대중공업 영빈관(2008), 아모레퍼시픽 추모관 장원재사(2010), 국가 영빈관 삼청장(2010), 피츠버그대학교 한국실(2012),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 한옥(2013) 등이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건축(공간사, 1994)>,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돌베개, 1999)>,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안그라픽스, 2002)>, <불교건축(도서출판 솔, 2004)>, <서원건축(대원사, 2006)>, <한국건축개념사전(동녘(공저), 2013)>가 있다.

심사위원장: 임재용  (주)건축사사무소 OCA 대표

심사위원장: 임재용 (주)건축사사무소 OCA 대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0년 미국 LA에서 O.C.A.를 개소하여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96년 귀국하여 건축사사무소 O.C.A.를 개소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는 사회, 경제, 문화의 전반적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고 그것을 재해석하여 건축과 도시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축가다. 주요 작품으로는 주유소의 변화를 담은 진화하는 주유소 시리즈(서울석유사옥, 한유그룹사옥, 양재동 프로젝트), 다양한 주거 양식을 담아내는 삶의 방식 시리즈(Duo302, 중계동 아파트, 은평 기자촌 아파트) 그리고 공장 미학 시리즈(아모레 퍼시픽 상하이 뷰티 캠퍼스, 태평양제약 헬스캐어 사업장, 파주 북시티 FB16)가 있다.
2015년 ARCASIA AWARDS Gold Metal 수상 및 건축문화대상, 건축가협회상, 서울시건축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으며 2014년 베를린 ADES 갤러리에서 서울시의 공공건축을 소개하는 ‘Seoul : towards a Meta-city’ 전시 총괄 커미셔너를 맡았다.
현재 새건축사협의회 회장을 맡아 건강한 건축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울시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초청 크리틱: 김성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초청 크리틱: 김성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 워싱턴주립대 풀브라이트 연구교수, 2007~2009년 서울시립대 기획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을 지냈다. 2007~2010년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탈린, 바르셀로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메가시티 네트워크 : 한국현대건축전’을 총괄기획했고,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을 맡았다. 『Megacity Network: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2007),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2009), 『On Asian Streets and Public Space』(2010, 공저), 『길모퉁이 건축: 건설한국을 넘어서는 희망의 중간건축』, (2011), 『Future Asian Space: Projecting the Urban Space of New East Asia』 (2012, 공저) 등 저서를 포함하여 도시와 건축에 관한 글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현재 서울의 도시성과 건축에 관한 연구와 집필을 하고 있다.

주최 : 재단법인 월드컬처오픈 화동문화재단, 재단법인 아름지기

후원 : 서울시, 중앙일보